다저스와 파드리스가 한국에서 mlb 개막전을 치른다니,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이야기이다.
생각보다 엄청난 티켓의 가격 탓에
친구와 정말 이 돈을 주고 가야하는 것인가 고민을 거듭하였지만
자칫 살면서 다시 못 볼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과
미국가서 Mlb 경기를 보는 비용보다는 훨씬 싸다는 생각에
나름의 가격 타협을 하여 결국 연습경기 티켓을 구매하였다.
개막 전 두 팀의 스파링 파트너가 되어주는 연습경기의 티켓은
스탠딩석도 5만원이 넘는 서울시리즈 2연전 티켓보다는 싸지만
그래도 외야 1층이 9만원이나 하는 KBO와는 아득히 다른 차원의 가격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격이 아까운 경기는 아니었다.
좁은 곳에 어떻게든 좌석을 최대한 집어넣은 고척의 특성상
좌석배치는 여전히 험한 말을 불러오지만
시야 자체나 관람 경험 자체는 훌륭했다.
버스를 내리자마자 맞이하는 회색빛 돔은 예전과 같지만
입구에 다저스의 로고와 샌디에이고의 로고가 붙어있는 광경은
사진으로 다시 보아도 합성인가 싶을 정도로 기이하고 놀라운 모습이었다.
정말 이곳에서 MLB 경기가 치러진다는 것을 말하기라도 하는 듯
경기장 입구에는 기자들과 카메라맨들이 즐비하였다.
곳곳에서 보이는 영어와 일본어는 덤.
입장은 기존의 입장을 위한 게이트보다 한참 전에 있는 부스에서 티켓 확인을 거치도록 되어있었다.
원래는 각 게이트 근처에서 티켓 확인을 했지만
외야 내야 등 게이트가 보이기 전 거리에서부터 티켓 확인을 진행하였다.
KBO리그는 입장 때 가방 검사 정도만 진행하지만
이번 경기는 암표를 방지하기 위한 신분증 확인과
귀하신 메이저리거 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금속 탐지 등 조금 빡빡한 짐 검사가 같이 이루어졌다.
전날 샌디에이고와 국대 간의 경기에서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입장에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들어서
두 시간 정도 전에 오니 줄 없이 편하게 들어갈 수 있었다.
구일역 쪽에서 외야로 들어올 때의 길과
동양미래대 쪽에서 올라올 때의 길 두 곳에 입장 부스가 있는 것 같은데
어디로 들어오더라도 서로 이동이 가능했다.
후술하겠지만 KBO리그 때와 다르게 심지어 경기장에서도 외야 내야 이동이 가능했다.
경기만큼 기대했던 이 파드리스와 다저스 팝업스토어.
동양미래대(내야) 쪽 입구로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곳에 있었다.
두 시간 전에 왔음에도 보이는 것보다 줄이 엄청 길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빠르게 줄이 이동하여 한 15분 정도 기다리고 들어갈 수 있었다.
MLB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상품들이 입구부터 맞이해주었다.
좌측 라인에는 다저스 상품들이, 우측 라인에는 샌디 상품들이 진열되어있었다.
상품 구성은 두 팀 모두 동일하였다.
티셔츠 두 디자인과 유니폼, 모자
잡화로는 손가락 스펀지와 페넌트(깃발), 타올, 야구공 등이 있었다.
유니폼은 레플리카를 20만원대에 파는 악랄한 구성이었지만
티셔츠는 5만원대, 모자는 3만원대로 괜찮네 수준이 아니라 저렴하다고 느낄 정도의 가격대였다.
하지만 반드시 사겠노라 하고 기대했던 배지와 스티커는 이미 품절.
좀 더 애정이 가는 팀은 다저스이지만 색 조합이나 로고 디자인 자체는 샌디가 마음에 들어서
같이 간 친구도 나도 한참을 고민하게 되었다.
티셔츠는 두 팀의 인기 선수들의 이름과 등번호가 박혀있는데
다저스는 오타니, 베츠, 프리먼, 야마모토
샌디에이고는 김하성과 다르빗슈가 전시되어있었다.
물론 오타니는 이름만 박혀있으면 어떠한 상품도 품절시켜버리는 아성을 보여주었고
다르빗슈도 남아있는 사이즈가 없었다.
두 팀 말고 다른 팀들의 상품들도 있었다.
당연히 모든 팀이 있었던 건 아니고 템파베이, 양키스, 샌프, 피츠버그, 텍사스 티셔츠가 있었다.
특히 이정후 때문에 샌프는 유니폼까지 판매 중이었다.
경기 시작 시간을 한 시간여 남기고 경기장에 입장하였다.
친구에게 고척은 내야와 외야를 왔다갔다 할 수 없다는 나름의 KBO팬 만의 상식을 설파하며
외야 입구까지 돌아서 입장을 했다.
그런데
외야에서 내야로 이동이 가능했다!
원래는 외야 커플석 뒤 길이 일반 관중들은 지나다닐 수 없도록 막혀있는데
이번 경기에는 이곳을 개방하여 '내야로 가는 길'이라고 까지 친절히 안내하고 있었다.
고척돔 안전요원까지 해본 사람으로서
약간의 배신감이 드는 기분.
피같은 9만 원으로 구매한 외야 1층 자리
고척 외야는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보여서 티켓 가격이 그렇게 생각나지는 않았다.
전광판을 보려면 목에서 소리가 날 때까지 고개를 돌려야한다는 것만 빼면 시야는 훌륭하였다.
MLB 경기라고 전광판의 모든 안내가 영어 위주로 나타났다.
여기에 방송에서만 보던 MLB 특유의 신디사이저 소리인 듯한 효과음들이 들리니
비로소 MLB 경기인 것이 실감났다.
장내 방송도 MLB에서 많이 들어본 듯한 중후한 목소리의 영어로 흘러나와서
바보같은 좌석 배치만 가리고 있으면
정말 미국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번에 새로 설치한 천장 조명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 조명 쇼가 몇 번 있었는데
흔히 말하는 뽕이 안 차오를 래야 안 차오를 수가 없었다.
다만 국뽕은 아니고 믈브뽕.
경기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다저스가 승리했지만
2:5 패배라는 나름 졌잘싸 스코어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KBO리그의 희망을 느꼈다.
특히나 김택연과 황준서의 KKK.
오타니의 홈런공은 커녕 안타도 직접 보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되었지만
언젠가 오타니가 은퇴하기 전에 꼭 미국에 가서 보게 되기를 다시금 다짐하게 되었다.
LA는 그나마 한국이랑 가까우니까.
제발 지금이라도 중계권을 사줘 갓팡